장례식장에서의 취재는 몇번 있었지만 유가족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윤태
어제 쓴 글(피해주민 대책위원회 위원장 ‘돌연사’)은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글쓴이(기자)의 느낌이나 생각, 주장, 의견, 감정 등은 완전히 배제히고 6하 원칙에 의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간단하게 쓰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 취재과정에서 다 풀어놓지 못한 개인적인 이야기, 뭐 뒷이야기 정도 라고 생각하면 될까?
20일 오전 10시정도, 강한 비바람이 그치고 잠깐 날이 개었다. 전에 취재한 적이 있는 대학 건물 공사로 인한 지반 침하, 붕괴 주민들이 갑자기 생각났다.
편한 반바지 차림과 어깨 없는 반팔, 슬리퍼 차림 등 편한 복장으로 카메라를 들고 피해현장을 찾았다. 추가 피해상황이 있으면 스케치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민 몇십명이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밤샘 폭우에 금이 간 피해주민 집이 무너지기라도 한걸까? 사람들 인파 속으로 파고 들었다.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간밤에 피해주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평소 감기 한 번 앓지 않는 분인데 이 문제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피해주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비온 후 물 스며든 집안 상황도 동영상과 정지화상으로 스케치 했다.
이번에는 병원 장례식장으로 가야 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유가족 인터뷰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집에 달려가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아무리 취재지만 불량한 복장으로 갈수는 없었다. 검은 넥타이를 매야하나 잠깐 고민했다. 아차! 조문 가는게 아니고 취재가는 거지 하고 정신을 차렸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고인의 아들, 사위, 처남 등으로부터 정황을 들었다. 고인의 부인은 슬픔에 빠져 경황이 없었다. 영정사진을 정지화상과 동영상으로 스케치했다.
고인의 아들 음성과 얼굴이 나오는 인터뷰를 동영상으로 담았다. 냉정하게 나는 일을 해야하는데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 슬픔에 잠겨 있는 유가족들에게 카메라 들이대고 돌아가실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렇게 ‘복습’ 해아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으론 내키지 않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 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상황이기도 했다. 유가족 인터뷰 동영상은 모자이크 처리하기로 협의했다.
인터뷰가 끝났다.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 넣고 아들, 사위 등 유가족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영정 앞에 있던 고인의 아내가 이쪽으로 오더니 내 앞에 앉았다. 상황 설명을 하다가 땅을 치며 통곡하고 그렇게 죽을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주변 모두가 숙연해졌다. 나도 숙연해졌다.
나는 그 상황에서 차마 카메라를 꺼내들지 못했다. 오열하는 장면을 정지화상이나 동영상으로 담아 기사에 내보내면 더욱 생동감 있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비록 유가족들에게는 별로 바람직한 일은 아닐테지만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그렇게하지 않는가? 결국 나는 냉철한 기사라는 것과 인간으로써의 감정 둘 중에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하게 됐다.
따라서 이번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는 오열하는 가족의 모습은 볼 수 없다.
TV, 신문 뉴스 보면 참사 현장 같은데서 오열하는 유족들 앞에서 카메라 들이대며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하는 인터뷰 보면서 속으로 “야, 지금 심정 몰라서 물어보냐?” 이렇게 생각한 적이 많은데 막상 내가 유가족들의 그런 상황을 인터뷰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알 것 같다.
그 심정을 알고 있지만 일을 위해 인터뷰해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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