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책 베끼던 주인공의 땀방울이 책 위로 주루룩~~

태수는 대전에서 자취를 하며 대학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태수는 교수님이 내 준 리포트를 쓰기 위해 대전역 앞에 있는 큰 서점에 갔습니다. 관광학 원론이라는 과목이었는데 참고서를 들춰 보던 태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교수님이 알려 주신 제목을 살피고 나서 옮겨 적어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두시간은 옮겨 적어야겠는 걸.”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 태수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자료를 열심히 베끼기 시작했습니다. 털썩 앉아서 옮겨 적으면 좀 편했겠지만 그날따라 흰 바지를 입고 와서 그렇게 할 수 도 없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온몸이 뻐근해지면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됐고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그 순간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참고서에서 잠시 눈을 떼고 쉬었다 다시 옮겨 적으려는 순간 볼펜이 손에서 떨어졌고 이를 주우려다가 몸이 흔들리는 바람에 땀방울이 책장 위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것도 수십방울씩이나….

"어떡하지?”

당황한 태수는 누가 볼세라 얼른 소매로 책장의 땀방울을 닦았습니다. 그러나 워낙 많은 땀방울이 흘러 책장은 심하게 얼룩졌고 소매 단추에 걸려 작은 구멍까지 나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못 봤을 거야. 얼른 나가야겠다….”

태수는 참고서를 덥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이미 누군가가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서점 여직원이었습니다. 태수는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주머니 속엔 백원짜리 동전 몇 개와 500원짜리 승차권 석장이 전부였습니다. 만오천원이나 하는 이 책을 점원이 사야 한다고 말하면 어쩌나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습니다.

책값 물어내라고 할판에 오히려 "앉아서 베끼시라?"

"많이 힘드시죠? 여기 앉아서 하세요."

그러면서 여점원은 파란색 간이 의자를 태수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못 들고 있던 태수는 여직원의 뜻밖에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짜증이 아닌 친절한 여직원의 배려에 태수는 우쭐우쭐 대답도 못하고 파란 의자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신 없이 참고서 내용을옮겨 적었습니다.

그 날 저녁 태수는 서점에서 있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태수는 이 고마운 일을 낱낱이 적어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소라의 밤의 디스크 쇼에 보냈습니다. 며칠 뒤 태수는 라디오에서 이소라씨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대전시 서구 도마동에서 김태수씨가 사연을 주셨는데요,아주 따뜻한 사연입니다. 리포트 쓰기 위해 서점에 갔다가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좋은 사연 보내 주신 김태수씨께 도서상품권 10매 보내드리겠습니다.”

일주일 후 태수 앞으로 도서상품권이 도착했습니다. 다음날 태수는 도서상품권 다섯장을 편지 봉투에 챙겨 넣고 대전역 앞 서점으로 갔습니다. 그 여점원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어, 아…안녕하세요? 혹시 저 기억하시겠어요?”

태수는 그 여직원을 대하기가 쑥스러워 말까지 더듬으며 간신히 말을 붙였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 날 리포트는 잘 쓰셨나요? 양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네, 덕분에…. 그 날 정말 고마웠습니다.”
“뭘요.”

주인공 도와준 서점 여직원 알고보니....

여직원은 빙그레 웃으며 태수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태수는 그 날 책장에 떨어지는 땀방울을 이 여직원이 보았는지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물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여직원이 보지도 않았는데 괜히 나서서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 찜찜한 것보다 차라리 솔직히 얘기하는 게 낫다고 태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혹시 그 날 책장에 땀 흘린 거 보셨나요? 소매로 닦다가 구멍까지 났는데….”

여직원은 대답 대신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책 몇 권을 들고 비어 있는 책꽂이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때까지 태수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책을 꽂고 돌아온 여직원은 웃으며 태수에게 말을 했습니다.

“왜요? 그 책 사시려고요?”

그때 태수는 가방 속에서 도서상품권이 들어있는 편지 봉투를 꺼내 여직원에게 건넸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이거 선물로 드리려고요.”
“아니예요, 태수씨 마음 다 아니까 안 그러셔도 돼요.”
“어떻게 제 이름을?”
“사실은 어제 밤 라디오에서 태수씨 사연 들었어요. 그거 듣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그 후 태수는 서점에 갈 때마다 이 여직원을 만났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여직원은 태수와 동갑내기였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대신 서점에 취직을 한 것입니다. 책 정리하면서 틈틈이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장에 땀방울이 떨어지고 찢어지기까지 했는데 책 값을 물어내라는 말 대신 간이 의자까지 갖다주며 친절을 베풀었던 이유를 태수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친절을 베푼 여점원 감사합니다. (그림은 구지 조대희님께서 그려주신 것임)






<어른들을  위한 사실동화>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태수는 다름 아닌 저고요 ^^  이소라의 밤의 디스크에 사연보내고 도서상품권 받은 것까지 사실입니다. 다만 끝부분 상품권 들고 서점 다시 찾아간 일과 여직원의 사정은 가공한 것입니다. 내용의 80% 이상은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이 이야기는 감동실화집 <연탄길4>에 제 실명을 주인공 이름으로 해서 실려 있습니다 ^^. 문화 창작코너가 아닌 사는이야기에 보낸 이유는 대부분 사실이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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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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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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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어제 글도 감동깊게 읽었는데..
    오늘글도~ 너무 좋네요 ㅎㅎ
    연탄길은 읽어보았는데.. 4까지 나왔군요 ^^*
    우와 멋져요~! ㅎㅎㅎ
    • 2009/06/2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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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실화집이요 ^^
      오늘은 내용이 조금 길어서 ㅋㅋㅋ
      앞으로는 좀 짧게 써야겠습다..
      ^^
  2. 2009/06/2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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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게 사람사는 맛이죠...
    이런 이야기가 미담이나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닌
    너무 흔해서 별 감흥도 없는 당연한 그날을 만들어가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되세요 ^^
    • 2009/06/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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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다보니
      이런 이야기들은 특별해지는것 같더군요
      ^^
      시원한 밤 되세요
      푹푹 찝니다 ^^
  3. 2009/06/2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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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곳은 대전의 대훈서적이겠군요 !!!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ㅎ
    마지막 '태수는 저'라는 말에 와~ 그럼 사모님과... 라고 지레짐작 해버렸네요 ^^;;
    • 2009/06/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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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을 좀 아시는지요?
      ^^
      반갑네요..ㅣ
      ㅋㅋㅋ
      제 이름을 직접 넣기가 그래서 태수라고 한건데요
      ㅋㅋㅋ
      아내는 서울서 만났어염 ㅋㅋㅋ
  4. 2009/06/2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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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말 훈훈한 이야기군요~~
    감동받고갑니다^^
    • 2009/06/2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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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가 너무 더워서요
      뜨겁게 감동받진 마시고요 ^^
  5. 2009/06/2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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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무슨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가 ㅜㅜ
    • 2009/06/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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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이 슬프셨나요??
      ㅋㅋ
  6. 2009/06/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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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이건 뭐... 완전 ...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네요. ^^; 행복하게 잘 보고 갑니다.
    • 2009/06/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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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영화???
      단막극 소재로 써도 좋을것 같네요 ^^
      감사감사 ^^
  7. 꽃기린
    2009/06/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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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뭉클~~~
    행복하세요^^
    • 2009/06/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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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운 날씨지만 오늘도 행복하세요 ^^
  8. 2009/06/2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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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ㅎㅎ
    • 2009/06/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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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9. 2009/06/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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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하공 거리가 먼 왕비~만화책과 요리책만 너덜너덜 거리네요..ㅎ
    오후 잘 보내세용
  10. 2011/08/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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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기사. 이 블로그에 처음 방문입니다.
  11. 2011/09/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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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를 손에 못쥐도록 손가락을 비틀어야지
    울나라사람들은 자기자식한텐 너무 오냐오냐,어쩔줄을 몰라한다.
    다른일에 되게 둔탁하게 굴면서.
  12. 2011/10/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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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ank you for taking the time to publish this information very useful
  13. 2011/11/01 18:0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14. 2011/11/2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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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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